[앵커]
전용 차선으로 달리는 버스를 타면 덜 막히겠지 생각하시죠.
아닌 곳도 있습니다.
강남역 인근 1.5km 구간입니다.
걸어서 15분 거리를 퇴근 시간 버스로 가면 33분이 걸린다네요.
도대체 왜 이런 일이 퇴근길마다 벌어지고 있는지 현장카메라 전민영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강남역 버스정류장입니다
제 뒤로 버스들이 꼼짝 못하고 늘어선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버스가 많아도 너무 많은 이유 현장에서 알아보겠습니다
평일 오후 8시, 버스중앙차로 정류장에 속속 들어오는 버스들.
버스 행렬의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정류장을 지나 다음 교차로까지 빈틈없이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주행신호로 바뀌어도 좀처럼 나아가질 못합니다.
[이슬기 / 경기도 이천시]
"한 5분 후로 남아 있다 해도 실제 기다리는 시간은 10분 이상인 것 같아요. 퇴근길은 항상… 당연히 불편하기도 하고."
정체 구간은 논현역 버스정류장에서 두 정거장 뒤인 강남역 신분당선 정류장까지.
직선거리로 1.5km 구간입니다.
버스를 따라가봤더니, 해당 구간에만 90여 대가 발이 묶여 있었습니다.
버스를 직접 타봤습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차로는 한산합니다.
[현장음]
"지금 일반 차량 다니는 도로는 아예 쌩쌩 달리는데, 버스는 거의 못 가고 있거든요."
버스 기사도, 승객도 퇴근길이 고역입니다.
[이동선 / 버스 기사]
"여기서 시간을 다 잡아먹으니, 뭐 라면 먹을 시간도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다시 운행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되니까."
[박해인 / 경기 동탄시]
"시간을 낭비하는 느낌? 걸어가는 게 오히려 더 나을 정도…."
버스랑 동시에 출발해서 걸어가보겠습니다.
지금 버스가 들어오거든요.
먼저 출발한 버스.
5분도 지나지 않아 버스 열차에 가로막혔습니다.
기자는 보통 걸음으로 15분 만에 도착했지만, 버스는 33분이 지나서야 정류장에 들어왔습니다.
강남역 버스 정체 관련 민원은 지난 5개월 동안 2.5배나 급증했습니다.
왜 이렇게 버스들이 많아진걸까.
지난해 11월부터 안전 등을 이유로 수도권 광역버스들이 입석을 금지하면서 운행 대수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시내버스와 논현역에서 회차한 광역버스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정체가 빚어지고 있는 겁니다.
끼어들기를 하다 교통사고가 나기도 합니다.
[광역버스 기사]
"버스전용차로로 합류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버스 간에도 너무 위험하고 사고율도 높고 그런 현상이 하루하루 요즘에 많이 발생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울시는 광역버스 운행을 그만 늘려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서울시 관계자]
"경기·인천하고 협의할 때는 저희 서울시는 강남대로에 추가 증차하는 거는 어렵다는 기조로 계속 협의는 했었고…"
지나친 '서울중심주의'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유정훈 /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광역버스는 서울 구석구석으로 잘 이렇게 연결되게 하는 게 필요한데, 서울시는 자꾸 광역버스는 막고 시내버스 지간선 체계는 개편할 생각도 안 하고 있거든요."
전문가들은 혼잡이 극심한 경우 버스 정류장을 인도쪽에 별도로 설치하거나 버스 우선신호등을 설치해 통행을 원할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지하철은 붐비고, 버스는 막히고.
수도권 주민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현장카메라 전민영입니다.
PD : 장동하 윤순용
AD : 석동은
작가 : 전다정
전민영 기자 pencake@ichannela.com